2008년 촛불집회 때 자동차로 시위행렬을 따라가며 ‘경적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당시 ‘자동차 촛불시위’ 참석자들에 대한 첫 판결이다.
대전지법 행정단독 이준명 판사는 6일 김모씨가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청구소송에서 “김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김씨는 2008년 7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자동차를 몰고 참여했다. 장애인인 그는 ‘촛불자동차연합’ 회원 20여명과 함께 집회행렬을 뒤따르며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렸다. 김씨는 그해 12월8일 경찰로부터 운전면허를 취소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1호, 시행규칙 제92조 제2마목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돼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시행규칙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시행규칙에서는 단지 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돼 교통을 방해한 경우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모법(母法)인 도로교통법에서 예측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로교통법과 시행규칙에 명시된 다른 취소 사유를 보면, 주로 살인·사체유기·방화·강도·강간 등 중한 범죄들이다.
재판부는 “ ‘교통방해’라는 의미가 무엇이고,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살인이나 강간 등의 범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통방해 정도가 경미한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생활에서 필수적인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심대한 불편을 주게 되기 때문에, 면허 취소는 중대범죄에 한정해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김씨의 혐의가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씨와 함께 자동차 촛불시위를 한 촛불자동차연합의 다른 회원들은 관련 형사재판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허취소 청구소송 재판이 미뤄진 상태다. 앞서 김씨는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