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심혈을 기우리고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 제작한 동영상문제는 그야말로 출제자와 검토자의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바로 그것에 해당한다.
조잡하고 협소한 나머지 운전을 시작한지가 30년이 가까운 필자의 눈에는 모두가 위험한 상황으로만 보이는 20초~40초간의 동영상화면을 보여주고 그 중 가장 위험해 보이는 3가지 장면을 정답으로 선택하라고 하는데, 보는 이의 성향과 시각차에 따라서 자동차의 형태에 따라서 큰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협소한 화면속의 위험한 상황이란 보는 이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선택ㆍ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누가 어떠한 상황을 선택하든 그 선택을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출제자의 주관적인 시각에 따라서 가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시하고 “다음의 영상 중 가장 위험한 상황 3가지는?”라는 식의 질문은 “출판사에게 팔아 넘겨 준 정답”을 구입해서 외우고 응시하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필요하다면, 그 질문의 방식은 “다음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통행 방법은?”식의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해당 동영상문제가 불법연습운전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면허학과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단 한 차례도 운전대를 잡아 본 경험이 없어 감각에 의존해야만 하는 차량의 폭과 장애물의 간격, 차의 속도 등을 측정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당해 동영상문제의 정답을 가려내려면 도로에서 운전을 경험해 보아야 하는데, 그것도 상당기간 상당거리를 운행해 본 경험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선별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들 출제자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제작한 동영상문제는 예비면허제 또는 잠정면허제를 시행하는 국가의 HPT(Hazard Perception Test) 또는 DQT(Driver Qualification Test)에 출제되는 유형의 문제로써 운전면허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라는 건 알았지만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응시자를 대상으로 출제되는 문제인지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모방했기 때문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깊어지는 의심을 감추기 어렵다.
예비면허(잠정면허)란, 학과시험(Driver Knowledge Test)과 기능시험(The Driving Test)에 합격한 사람에게 발급되는 면허로써 일반도로에서 단독운전이 허용되는 면허인데, 운전이 가능한 음주섭취량, 운행 가능한 최고시속, 위반 시 벌점기준 등에서 본 면허(Full Licence) 소지자의 경우와 차이가 큰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고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간의 예비면허기간을 보내고 난 다음에 본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 응시하는 시험이 HPT(위험지각능력측정시험) 또는 DQT(운전능력측정시험)이다.